[살며 사랑하며-박선이] 스승의 날, 독서의 해
입력 2012-05-09 18:33
예전에는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꽃바구니 들고 찾아뵐 스승이 없다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갖지 못한 것처럼 허전하고 약간 슬픈 감정이 들었다. 초등학교는 아버지를 따라 일 년이 멀다 하고 전학을 다녀 관계가 이어지지 못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에만 온통 관심을 두고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선생님들을 존경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마음 깊이 모시고 싶은 분을 만나지 못했다. 참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면에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들이 꽉 차 있었지만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찾을 수 있는 길로 이끌어 주는 이도 없어 나의 젊은 시절은 길고 어두운 터널을 막막하게 걸어가듯 외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벗 삼고 스승 삼아 그 힘든 길을 견딜 수 있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고, 어려운 사상서나 철학책 들을 읽을 때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긴 터널 멀리 희미한 등불이 비춰주는 것 같이 더듬더듬 걸어 나가게 해주었다. 그러다가 방황의 끝에서 어둠에서 빛으로 확 잡아 올려주는 스승이 있었으니, 신약성경을 읽다가 만난 역사상 가장 멋진 사람, 예수! 그분이시다.
신앙생활 초기에는 그분을 스승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하고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 왕 중의 왕, 이런 높고 멀게 느껴지는 호칭에만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아, 예수님이야말로 내 인생의 참 스승, 최고의 스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붙들고 씨름하던 모든 질문에 시원하고도 명쾌한 답을 주신 분, 사람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쉽게 가르쳐 주신 분, 아픔과 슬픔들을 위로해 주실 뿐 아니라 몸소 함께 겪으며 넘어서게 이끌어 주시는 분, 이보다 더 훌륭한 스승이 어디 있으랴.
올해는 독서의 해다. 출판계에서는 인쇄매체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위기의식을 느끼고, 눈에 띄게 줄어드는 판매량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들은 아무리 전자책이 편리한 점이 있다 해도 종이책 읽기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매체 문제가 아니라 책을 안 읽는 풍토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세상에 유익을 끼친 삶의 주인공은 모두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이었다. 세종대왕을 비롯한 역사 인물과 현재 각 분야에서 가치 있는 일을 펼쳐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독서광이다. 특히 인생의 고민을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참다운 스승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자기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기도 할 것이다.
부디 ‘독서의 해’에 사람들이 책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특히 청소년들이 책 속에서 좋은 스승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기 바란다. 그래서 나처럼 스승의 날에 찾아갈 스승이 없다 해도 책 속에서 만난 스승들을 떠올리며 외롭지 않기를….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