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인권조례보다는 폭력근절대책을

입력 2012-05-09 18:35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효력을 상실한 만큼 일선 학교가 학칙을 제·개정하도록 지도할 것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요구하자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 3명이 그제 공동성명을 내 교과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교과부는 대법원에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낸데 이어 학교장이 지도·감독기관(교육청)의 인가 없이 학칙을 제·개정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또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 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마쳤다.

논점은 교과부의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들의 주장이 옳은지 여부다. 개정된 교과부 시행령은 학칙의 제·개정 절차와 기재 사항을 형식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학생인권조례와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두발 등의 내용을 학칙에 반드시 기재하라는 의미이지 규제하라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칙보다 상위법인 조례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법체계상 조례가 시행령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두발 자유 조항 등을 학칙에 필수로 기재하라는 시행령이 우위에 있음은 자명하다. 학교장이 교육감 인가 없이 학칙을 정하도록 법도 바뀌었다. 따라서 학교장이 인권조례와 관계없이 학칙을 바꾸거나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은 교과부의 정당한 권리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초·중등학교 교육의 책임과 권한이 교과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선 교육감에게 더 많이 위임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공청회나 여론수렴조차 없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관심을 학부모의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인 학교폭력근절 대책으로 옮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