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선생님’ 김연아, “첫 수업 많이 긴장…”
입력 2012-05-08 19:29
“자! 수업 시작할게요.”
‘피겨여왕’ 김연아(22)가 체육선생님으로 변신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연아는 8일 서울 역삼동에 소재한 진선여고에서 4주간의 교생실습에 들어갔다. 교생실습은 사범대학 졸업 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직과정이다.
왼쪽 가슴에 명찰을 단 흰색 재킷과 검정 바지의 단정한 선생님 패션으로 등장한 김연아의 얼굴에는 ‘슈퍼스타’ 답지 않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교실 곳곳에서 ‘예뻐요’ ‘얼굴이 작아요’ 등 학생들의 환호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교단에 선 김연아는 “안녕하세요. 고려대 09학번 김연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학교 2학년 11반 4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체육수업을 시작했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트는 무엇인가?’, ‘점수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피겨스케이트화의 구조, 피겨 기술에 관해 수업을 진행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성의 있게 수업을 진행해 나갔고 수업 도중 중요한 동작을 설명할 때는 자신이 출전했던 경기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차츰 긴장이 풀린 김연아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점프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던 김연아는 “악셀 점프에 이름이 왜 악셀인 줄 아세요?”라고 질문을 던지자 한 학생이 “처음 시도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악셀이에요”라고 정확히 대답했다. 김연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찍어서 맞춘 것 아니에요”라며 농담을 던지자 교실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김연아가 직접 신던 스케이트화를 들고 냄새도 맡아보고 이곳저곳 명칭을 설명하면서 수업은 절정을 이뤘다. 학생들의 요구에 직접 맨바닥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까지 취해 보이자 학생들의 입에서는 ‘오’ ‘어머’ ‘와∼’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꺼내 들자 이를 놓칠 리 없는 ‘순간포착의 달인’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쏟아졌다. 놀란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 눈부셔요, 수업 방해하지 마세요’라며 항의했고 김연아도 제자들의 이 같은 반응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김연아는 “오늘 처음 학생들 앞에 서서 수업을 해봤는데 많이 긴장됐다. 두서없이 말한 내용을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첫 수업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