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주자들 연일 강공 쏟아내는데… 박근혜는 촉촉한 ‘감성 행보’
입력 2012-05-08 19:04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감성(感性) 행보’를 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이뤄졌지만, 연일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 주자들이 강공을 펴는 상황에서 이채로워 보인다.
박 위원장은 KBS 라디오 연설 서두에서 “저는 부모님께서 떠나신 지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 부모님들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총탄으로 잃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연설 시작과 함께 꺼낸 것이다. 그는 “가정 안의 모든 세대가 행복하면 그것이 곧 국민 모두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 ‘가족 행복 5대 약속’을 풀어 나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유난히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용어를 많이 썼다.
그는 “오늘이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드리는 마지막 라디오 방송연설”이라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번민도 많았던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곳곳에서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셨던 국민 여러분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자신이 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이 있다면서 ‘안거낙업’(安居樂業)을 내놨다. 그는 “국민들이 근심 걱정 없이 살면서 생업에 즐겁게 종사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며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자 제 인생 최고의 목표다. 저 박근혜, 정치를 마치는 날까지 이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설을 마친 박 위원장은 서울 한남동 용산노인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주고 배식 봉사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남경필(5선·경기 수원병),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이한구(이상 4선·대구 수성갑) 의원이 팽팽한 3파전 판세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용산이 이한구 의원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는 진영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박 위원장 방문에 동행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이한구-진영 조’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이날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박 위원장에게 불출마와 킹 메이커 역할을 요구한 데 대해 친박근혜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위원장의 대변인격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은 “명색이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자기 그릇과 수준에 맞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