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출사표 임태희 “박근혜, 킹 메이커 역할해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8일 오전 서울대 경영대 SK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한 틀을 부수는 일을 시작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0년간 한국 정치는 박정희로 상징되는 영남보수와 김대중·노무현으로 상징되는 호남진보의 싸움이었다”면서 “이제 그 틀을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줄세우기와 세력 간 다툼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세력·지역 간 싸움이 아닌, 뺏고 빼앗기는 전쟁 같은 싸움이 아닌, 패자가 되더라도 떨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권을 잡으면 그들(반대파)은 유신체제를 떠올리며 몸서리칠 것이고, 문재인 당선자가 되면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악몽을 생각하며 ‘잃어버린 10년 시즌2’를 외칠 것”이라면서 “그들은 자신이 되면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은 계파·지역·이념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박 위원장에 대해 “대선 출마를 안 하고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정치적으로 필요한 때”라며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깨는 데 역할을 하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치를 여는 디딤돌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영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위원장에게 갈등 증폭을 예방하기 위해 출마를 포기하라는 요구다.

그는 “정치권에서 비교적 균형감각 있고 합리적 행보를 보인 정세균 상임고문에게도 말한다. 민주통합당 내에서 이런 운동에 앞장서 달라”고 제안했다.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정당이나 세력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에게 줄서는 것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경선 규칙 논란과 관련, “경선이 왜 당 내부 행사로만, 가장 센 후보를 고르는 행위로만 치러져야 하느냐”며 완전국민경선제 또는 국민여론 반영 확대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비박(非朴)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구태의연함”이라고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는 대선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박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 주문이 청와대 의중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구태의연함 속에서 상황을 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의 출마 선언은 새누리당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 이어 4번째이다. 이재오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동산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