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숙자씨 간염 사망”… ‘유엔’에 통보, 언제·어디서 숨졌는지는 공개 안해
입력 2012-05-08 19:03
북한이 ‘통영의 딸’ 신숙자(70)씨가 간염에 걸려 숨졌다고 유엔 산하기구인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하 실무그룹)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 의해 억류돼 온 신씨는 그동안 딸 규원(36)·혜원(34)씨와 함께 특별감시 대상으로 분류돼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신씨 모녀 송환운동을 벌여온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유엔 기구인 실무그룹에 신씨의 사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신씨의 생존 여부에 관해 구체적 통보를 한 것은 처음이다.
ICNK는 “지난해 11월 신씨의 남편 오길남(70) 박사를 대신해 이 실무그룹을 거쳐 북한에 신씨 모녀의 구출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올 2월 추가 질의서를 냈다”며 “북한이 지난달 27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실무그룹 사무실에 공식 답변서를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북한이 답변서에서 신씨가 언제 어디서 숨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CNK는 조선적십자사가 2008년 8월 공개한 ‘월북자 현황’ 문건에서 신씨를 ‘연락두절’로 분류하고 두 딸은 생존자 명단에 포함시킨 점으로 볼 때 그 이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북한 내에서 정치범의 ‘연락두절’은 사망이 확실하나 그 경위를 발표하기 곤란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신씨는 두 딸과 함께 함경남도 15호 관리소(요덕수용소)에 수용됐다가 1991년 남측 인사에게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ICNK는 이에 따라 신씨의 사망진단서와 함께 그녀의 유해를 남한으로 보내 달라는 요청서를 이 실무그룹을 통해 다시 발송하기로 했다.
남편 오 박사는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의 주장은 근거 없는 술책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북한이 실무그룹에 서신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신씨 사망과 두 딸의 입장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정부차원은 물론 국제적인 통로를 통한 촉구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