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모럴해저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횡령액… 2000억 넘을 수도
입력 2012-05-08 23:36
4개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은 미래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및 횡령 금액과 사용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미래저축은행 내사를 진행했던 검찰은 김 회장이 빼돌린 돈의 규모가 불법 대출 등 배임 1500억원, 개인적인 횡령 200억원 등 현재까지 17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는 검찰이 김 회장 구속영장에 적시한 최소 액수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가로 불거진 의혹까지 포함하면 불법대출 및 횡령 금액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
◇김찬경 배임·횡령 금액 최소 1700억원=불법대출 자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충남에 골프장 겸 온천 리조트를 짓는 데 들어간 1500억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8일 “불법대출 받은 돈의 대부분이 리조트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8∼2010년 SK그룹 오너 일가에게 동일인 대출 한도를 어기고 차명으로 1000억원 가량을 대출했다. 검찰은 이 대출의 불법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의 횡령액을 2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결과에 따라 5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김 회장은 밀항시도 전 예금 200여억원을 인출해 빼돌렸고, 증권사에 분산 예치된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어치)를 빼내 사채시장에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190억원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 외에도 회삿돈을 세탁해 자신의 부모 계좌로 20억∼30억원을 넣어두고, 타인 명의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서도 수백억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이 백화점 카드를 만들어 매달 수천만원을 사용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횡령 금액은 최소 500억원이 넘는다. 다만 검찰은 김 회장의 배임·횡령 금액이 3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에 대해 “그건 너무 부풀려진 액수”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저축은행 및 로비 수사도 본격 시동=검찰은 현재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미래저축은행과 김 회장의 비위사실이 부각되는 데 대해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가장 먼저 시작됐고, 혐의가 좀 더 커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직원의 신임을 잃어 회사 내부에서 그의 비리를 둘러싼 제보가 쏟아지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토록 하고 본인은 재산을 빼돌리자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제부터 김 회장을 통한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와 다른 저축은행 경영진 소환 및 사법처리 등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저축은행도 내사를 통해 자금흐름은 파악해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의 불법대출 및 횡령 규모도 윤곽은 잡아놓은 분위기다.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퇴출을 막기 위해 유력정치인에게 줄을 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횡령한 돈 가운데 일부를 “여기저기 사례금으로 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돈을 받은 사람들을 확인해 대가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례금을 받은 일부 거액투자자는 현금을 검찰에 내놓는 바람에 서울중앙지검의 한 방에는 현금 50여억원이 쌓이기도 했다.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도 마당발로 알려져 있어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의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