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충돌… 전철역 돌진… ‘고령운전 참극’ 잇따라

입력 2012-05-08 21:42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달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신체적 노화로 운전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게 주된 원인으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8시36분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결운리 야수교 44번 국도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딸 부부를 만나러 가던 할머니 등 한 동네 주민 5명을 태운 마티즈 승용차가 시내버스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탔던 이모(69·여)·박모(78·여)·허모(81·여)·소모(60·여)씨 등 4명이 숨지고, 승용차 운전자 안모(76·여)씨와 버스 승객 3명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크게 다친 안씨는 1996년 2종 면허시험에 처음 합격한 뒤 관련규정에 따라 2006년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로 면허증을 갱신했다. 그러나 한동안 ‘장롱면허’ 신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4명 중 박 할머니는 어버이날을 맞아 장을 본 뒤 딸 부부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차를 얻어 타고 읍내로 가던 길이었다. 박 할머니는 이날 “태우러 가겠다”는 딸의 전화도 뿌리치고 동네 친구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올랐다가 숨져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 지난 1일 국가대표 등 7명을 숨지게 한 상주시청 여자사이클 선수단 참사도 나이 든 트럭기사(66)가 운전석에서 DMB를 시청하다가 도로훈련 중이던 선수 일행을 발견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발생한 대형 사고였다.

또 최근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승용차 돌진 사고와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에서 발생한 승용차 돌진사고 역시 도로상황을 잘못 판단한 70대 중반의 운전자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철역 입구 돌진사고는 운전자가 지하주차장 입구로 착각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이에 따라 20∼30대와 거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노인들의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대폭 줄이고 적성검사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경우 도로표지판과 교통상황을 신속히 식별하는 게 어렵고,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속도와 판단력 등 순발력이 대체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령자 차별’과 ‘인권침해’라는 여론에 떠밀려 고령자에 대한 정밀 신체검사제 등은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65세 이하 운전자는 10년 주기로 신체검사(적성검사)를 거쳐 면허증을 갱신하고 그 이상 고령자는 면허 종류와 취득시기에 따라 5∼9년 단위로 면허갱신을 하도록 뒤늦게 도로교통법을 손질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의 면허취득자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할 수 없어 신체기능이 저하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