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요지경… 前 대기업 사주가 1000억대 주식 은닉

입력 2012-05-08 21:52


국세청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 적발한 고액체납자들

전 대기업 사주 A씨는 1000억원대의 세금을 체납한 채 10여년 전 공익목적으로 수용된 토지의 용도가 변경돼 환매권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고액의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환매권 행사와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해 체납처분을 회피하려다 국세청의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에 덜미가 잡혔다.

A씨는 또 세금 회피 목적으로 시가 180억원 상당의 토지를 등기도 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었다. 무한추적팀은 환매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하고 미등기 토지에 대한 소 제기 등으로 807억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또 다른 전 대기업 사주 B씨 역시 1000억원 상당의 내국법인 주식을 해외법인 명의로 숨겨놓았다가 적발됐다. B씨는 비영리법인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보수를 받지 않는 것으로 처리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이사로 선임, 억대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체납세금은 내지 않았다. 무한추적팀은 출입국이 잦은 B씨를 추적한 끝에 해당 주식을 압류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매절차가 완료되면 체납액 163억원 현금징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사학재단 이사장 C씨는 자신이 설립한 사학재단 운영권을 고가로 양도하고 세금 탈루와 금융추적 회피 목적으로 양도대가를 현금으로 요구, 자녀 명의로 개설한 양도성예금증서(CD) 계좌로 70여회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 지능적인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해왔다. 무한추적팀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사해(詐害)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16억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하고 C씨를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고발했다.

D씨는 고액의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후 해외로 도피했다. 무한추적팀은 D씨의 국내 친인척을 통해 해외 거주지를 확인하고 D씨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내 부동산을 압류해 조세채권 133억원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8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무한추적팀의 운영 성과를 공개했다. 무한추적팀은 반사회적 고액체납자 등의 체납처분 회피행위를 추적해 체납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올 2월 말 발족됐으며 6개 지방청 17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그간 고질적 장기체납자, 재산을 숨겨온 고액 체납자로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총 3938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 이 가운데에는 가족이나 종업원 명의로 숨겨놓은 재산으로 생활하는 전 대기업 사주와 대재산가의 재산을 추적하여 확보한 1159억원이 포함됐다.

무한추적팀은 가족명의의 고급주택에 거주하고 수십 회 이상 빈번하게 해외여행을 하는 체납자, 변칙증여·상속을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고액체납자, 국내에서 처분한 재산을 해외로 은익·도피한 고액체납자 등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 추적 과정에서 일부 체납자들이 무한추적팀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체납처분 방해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면서 앞으로도 체납자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