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환 국립수목원장 “산림경영은 숲과 인간의 하모니”

입력 2012-05-08 10:05


“봄이라고 꽃만 보지 마세요. 대지예술의 창시자는 이끼랍니다.”

신준환 국립수목원장이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 한 직원이 “시적(詩的)”이라고 댓글을 붙였다. 신 원장은 지난 2일 국립수목원 원장실에서 기자를 만나 “(이는) 시적이라기보다 과학적인 경구”라고 말했다. 이끼가 화산 대폭발 이후 모든 식물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나 관다발식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 역시 과학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정확한 관찰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소속 임업연구관인 신 박사(산림생태학)는 지난 2월 국립수목원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나무를 배우면서 사람을 생각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자연과학자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것을 강조하는 신 원장은 전통 생태지식이야말로 바로 지금 숲에 필요한 적응경영의 요체라고 말했다. 전통지식은 그때그때 환경변화에 대응해 살아남는 과정에서 생긴다.

서울 용마산에 있는 현사시나무 숲은 경제적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당국은 현사시나무를 모두 벌목하고 그 자리에 경제수를 심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이 거세게 항의했다. 그들은 용마산을 오르며 육체적 건강을 다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미끈하고 높이 솟은 현사시나무를 보며 경관과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신 원장은 산림경영이 목재생산과 산림의 복합경영을 뛰어넘어 산림생태계를 이해하면서 사람과 숲의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정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이 생각하는 전통생태지식은 지식보다 지혜에 가깝고, 더 나아가 시를 짓는 행위와도 닮았다. 그는 “전통생태적으로 숲을 보기 위해서는 자연과학도의 심장에 시인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도 현대식 조림을 무조건 찬성하지는 않는데 우리나라는 조림업적을 너무 자랑한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같은 속성 침엽수가 너무 많이 조림돼 있다”면서 “이를 환경조건에 적합한 향토수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을 알면 물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고, 물의 흐름을 알면 산의 생김새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거지와 관광지를 건설하거나 길을 낼 때 산지를 감안해야 하는데 평지, 땅만 보고 입지를 정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생태지식은 산과 물의 관계가 인간에게 때론 위험하기 때문에 마을에 숲을 조성해 완충시겼다고 그는 강조했다.

신 원장은 시인의 마음으로 꽃보다도 더 예쁜 신록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노란색, 녹두색, 연두색, 초록색, 된장노란색. 온갖 색깔이 어루러져 보글보글 끓는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