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에까지 번진 빗나간 자식 사랑
입력 2012-05-08 18:08
검찰이 배구계 입시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축구·야구·농구에 이어 체육계 비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검찰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하종화 현대캐피탈 프로배구팀 감독을 최근 소환 조사했다고 8일 밝혔다. 하 감독은 고교 감독 시절 제자의 대학 진학 청탁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남의 한 고등학교 배구팀 감독으로 재직했던 하 감독은 2009년 하반기 무렵 소속 선수의 학부모로부터 “아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하 감독을 상대로 학부모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은 경위와 실제 대학입학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 학부모가 “아들의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 하 감독에게 ‘지방대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실제로 서울의 한 배구 명문 대학 배구팀에 입학했으나 주전 경쟁에 밀려 배구를 그만뒀다고 한다. 처음부터 실력이 떨어지는 자식을 무리하게 대학에 보내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만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입시비리가 적발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문제는 사안이 심각하다. 실력이 모자라는 배구선수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부모가 직접 돈을 들고 청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야 너나 없겠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꼭 가야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빗나간 자식사랑에 다름 아니다.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가시 많은 고슴도치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징그럽지만 그래도 고슴도치 부모가 보면 예쁘다는 뜻이다. 자식사랑이 지나치면 결국 자식을 망치고 부모까지 망친다. 더욱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생명으로 여기는 스포츠계에서 이 같은 반칙이 나왔다는 점에서 실망이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 체육계 입시부정이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