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거 후폭풍] 올랑드 “내가 사르코지보다 영어 더 잘해”
입력 2012-05-08 19:09
“내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선출된 프랑수아 올랑드는 자신이 ‘노골적인’ 친미(親美) 주의자인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영어를 잘한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운영하는 웹진 ‘슬레이트(Slate)’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그동안 미국과 찰떡 호흡을 맞춰온 프랑스에서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대미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올랑드가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나 유럽 ‘신재정협약’ 등 미국이나 독일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실용노선을 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랑드는 15일 취임식을 한 후 18∼19일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와 20∼21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올랑드는 오바마와 이들 회의에 앞서 백악관에서 양자 회동할 계획이다.
그는 “경제 문제에 대해 오바마와 이견이 없다”며 “그러므로 불편함 없이 프랑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는 선거 기간 중 올해 말 아프간에서 프랑스군 3600명을 철군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나토가 마련한 ‘2014년 치안 이양권 계획’보다 2년 빠른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철군 약속을 지키겠지만 나토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는 또 사르코지가 추진해왔던 허리를 졸라매는 긴축을 반대하고, 성장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 역시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축과 성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프랑스 대통령이 누구건 상관없이 프랑스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는 이라크전쟁에 대한 이견으로 한동안 좋지 않다가 사르코지가 취임한 후 회복됐다. 사르코지는 미국을 좋아해 때때로 ‘사르코지 더 아메리칸’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영어는 신통치 않았다.
올랑드는 예전보다는 워싱턴과 덜 친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를 잘하지만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어를 써야 한다”는 그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다른 외국 정상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영어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나 유럽 정상회의에서 다른 나라(루마니아 포르투갈 이탈리아) 정상이 공식석상에서 영어를 쓰는 것을 보면 불쾌했다”고 말했다.
올랑드는 “올해 말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는 전 세계에 매우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으나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약 오바마가 패배하면 자신은 미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롬니는 프랑스에서 예전에 모르몬교 선교활동을 했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잘한다고 덧붙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