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모럴해저드] 망해가면서 직원에게 돈잔치… 대출 주고받으며 ‘품앗이 증자’
입력 2012-05-08 19:06
영업정지명령을 받은 저축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임직원들에게 돈 잔치를 하는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금융당국 및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은 2010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임직원 급여를 40억6200만원 인상했다. 당시 경영상태가 극도로 부실해 자구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직전 회계연도 급여 132억9800만원에서 1년 새 173억6000만원으로 30%나 증액한 것이다. 이 기간 미래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495억5000만원,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2652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또 복리후생비도 46억9800만원에서 56억6800만원으로 9억7000만원 올렸다. 여비 교통비 항목 역시 1억3700만원에서 1억7100만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당국의 경영진단이라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시점에 임직원은 돈을 물 쓰듯 한 셈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살 때 회사에서 빌렸던 37억원의 대출금을 지난달 초 회삿돈으로 모두 갚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들은 그동안 거의 매년 우리사주를 회사에서 연 3% 이자로 대출받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솔로몬 측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회사가 망하기 직전 임직원끼리 회삿돈을 나눠 갖는 잔치를 벌인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조만간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확실해 다른 주주들은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장 폐지가 결정되면 50%가 넘는 이 저축은행 소액주주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진단을 앞두고 있고 회사의 자산 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된 시점에서 급여 등의 지출을 높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들 저축은행 경영진들의 모럴해저드도 심각했다. 203억원을 빼돌려 중국 밀항까지 시도했던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 외에도 한주저축은행 김임순 행장을 비롯한 직원 3명은 2007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2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범행(특가법상 배임)에 가담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도 2001년 2월 경기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던 한 인터넷 벤처기업에 자신이 운영하는 금융기관 및 펀드를 통해 임의로 3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주고 10억원 가까이 수수했다.
이와 함께 솔로몬·미래저축은행은 경영진이 부실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증자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출을 주고받는 편법을 쓴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이들 두 저축은행은 차명 차주를 내세워 서로 증자에 참여하는 이른바 ‘품앗이 증자’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