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뭉텅이 표, 풀이 다시 살아나 붙은 것”-“60%가 동일IP…그런 괴물PC는 없다”
입력 2012-05-08 19:02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 장본인인 통합진보당 당권파 인사들이 연일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IP 중복투표에다 ‘묶음 투표’까지 온갖 편법이 동원됐음에도 “오해일 뿐, 절대 부정투표가 아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까지 받는 공당(公黨)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사과 한마디 없이 궤변만 늘어놓자, 정치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 “정말 개인적 소신인지, 조직논리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냉소적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진보당에선 보기 드문 지역구(전남 순천·곡성) 재선인 김선동 의원은 8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실제 부정을 저지르려 했다면 뭉텅이 표를 (투표함에) 넣었겠느냐. 투표용지에 묻은 풀이 살아나서 우연하게 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본회의장 의장석에 최루탄을 투척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경선 투표함에서 묶음 투표용지가 본드 처리된 원형 그대로 무더기 발견됐다”고 묻자 “우리 투표용지가 부실해서 그걸 절묘하게 잘라 투표함에 넣다보면 묻은 풀이 다시 살아나서 붙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는 실소를 머금으며 “그게 말이 되냐”고 했다.
경선 부정의 최대 수혜자이자, 당권파 핵심 실세인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보도자료를 내고 “(내가 얻은) 총 득표수의 60%가 동일IP 투표라는데 그런 ‘괴물 PC(컴퓨터)’는 현실에 존재한 적이 없다”면서 “투표자의 거주형태와 근무형태에 기초한 일반적이고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즉각 비당권파에서는 “안쓰럽다”는 조롱이 나왔다. 이정희 공동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 억울한 사람들(당권파)을 두고 제 살 길 찾지는 않겠다. 지금은 이들의 편에 있으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진보당 당권파 인사들이 조직과 당내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신적 아노미(혼돈) 상태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당권파가) 동굴에서 살다가 광장으로 나왔는데, 광장 정치의 구도나 운영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살 내지 자폭 상태로 질주하는 모습”이라며 “지금 진보당은 대중과의 관계 설정에 실패한 정당”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권파의 강변은) 국회의석을 13석이나 확보한 만큼 국고보조금 등 문제도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