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그리스 총선 ‘긴축’ 반대파 승리… 유로존 다시 먹구름 끼나

입력 2012-05-08 00:26

실직과 허리띠 졸라매기에 지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유권자들이 줄줄이 긴축정책을 심판했다.

6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와 그리스 총선에서 모두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정파가 승리했다. 이로써 유로존 위기가 진행된 지난 2년여 동안 유럽 13개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난 셈이 됐다. 유로존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7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집계 결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52%의 표를 얻어, 중도우파인 대중운동연합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이기고 승리했다고 BBC 방송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로써 프랑스에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좌파정권이 탄생하게 됐다. 올랑드는 승리가 확정된 뒤 “유럽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긴축은 더 이상이 유일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도 긴축정책을 추진한 집권 연정이 패배했다. 개표가 거의 완료된 결과, 중도우파 신민당이 18.9%의 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지만 중도좌파 사회당은 13.2%의 득표율에 그쳐 3위로 밀려났다. 두 정당은 1974년 군부축출 이후 30년 가까이 번갈아 집권해왔으며, 지난해 11월 이후 연정을 구성했다. 반면 긴축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16.7%를 얻어 2위로 급부상했다.

독일에서도 긴축정책의 설계사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반기를 드는 선거결과가 나왔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州) 지방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은 50년래 최악인 3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유로존 선거 이후 첫 개장된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2.8%, 홍콩 항셍지수는 2.6% 폭락했다. 이어 열린 유럽주식시장에선 그리스 주가가 장중 7.5% 폭락하는 등 각국 주가는 1~2%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이어 열린 미국 증시도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한때 1월말 이후 최저 수준(유로당 1.29달러)으로 떨어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