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푸틴 3기 대통령’ 취임식… 취임전 2만명 反푸틴 시위

입력 2012-05-07 18:59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7일 취임식을 갖고 3번째 권좌에 올랐다. 그가 2018년까지 6년 임기를 채우게 되면 31년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전 공산당 서기장 다음으로 제정러시아 종말 이후 장기집권(14년)을 하는 국가수장이 된다. 그러나 취임식은 전날 수만명이 길거리로 나와 벌인 거센 항의시위 때문인지 빛을 바랬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헌법에 손을 얹은 채 취임선서를 읽어내려 갔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취임식에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부인 류드밀라도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선서 후 취임연설에서 ‘다시 태어난 러시아’를 역설하며 새로운 시대를 약속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국가 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간다”면서 “앞으로 몇 년이 수십년 뒤의 러시아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그러나 4년 만에 크렘린에 입성한 푸틴에게 펼쳐진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총선과 올해 3월 대선에서 선거부정 시비로 중산층까지 가세한 반대시위가 끊이지 않는 등 그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임자인 메드베데프가 적극 추진해온 경제개혁도 결국 ‘무늬’만 남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러시아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취임을 하루 앞둔 6일 2만여명의 푸틴 반대 시위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436명이 붙잡혀 갔다.

시위 참가자들은 다양했다. 좌파 정치 단체 ‘좌파 전선’ 회원들이 주류를 이뤘고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 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 회원들과 무정부주의자들도 가세했다. 심지어 동성연애자 그룹까지 합류했다. 참가자들은 ‘전제정치와 권력승계는 물러가라’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푸틴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크고 작은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이날 2차대전 전승기념공원이 있는 시내 서쪽 ‘파클론나야 고라’ 언덕에서는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러시아국민전선’ 창설 1주년 기념행사에가 열렸다. 친푸틴 세력들로 반대세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