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의 이중성 ‘논란’… ‘전투 치르면서 포로 석방’ 전술 수년간 비밀리에 운용
입력 2012-05-07 18:59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장(戰場)은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런데 미군이 전투 과정에서 생포한 아프간 포로들을 풀어주는 비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겉으로는 전투를 치르고, 안으로는 적의 전사들을 석방하는 이중적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이 최근 수년 동안 비밀리에 아프간 포로들을 평화 협상용으로 풀어줬으며 이는 명목상 폭력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란 평가를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위험을 내포하는 행위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른바 ‘전략적 석방’으로 불리는 평화 수단을 미국이 수년 동안 수행해왔으나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특히 아주 호전적인 포로들이 석방되기 전에는 자신들의 폭력행위에 대해 반성하지만 풀려나는 즉시 다시 미군을 공격하는 전사가 되는 등 한마디로 이 프로그램은 어떠한 보증도 할 수 없는 ‘도박’과 마찬가지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미군 당국은 이 프로그램이 언제부터 시행됐으며 현재까지 몇 명이 석방됐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와는 달리 아프간 유일의 반군 포로 수용소인 ‘파르완’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의회의 별도 승인이 필요 없다. 따라서 미군 고위층과 아프간 반군 사이에 협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특정 포로의 석방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아프간 정부군은 배제된 상태에서 반군이 내세우는 ‘석방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군이 이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것은 미미하나마 아프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긴장이 증대되면 그 지역 출신 포로들을 석방해 전운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군은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고 따라서 갇혀있어야 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전략적 이익이 때로는 위험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된 아프간에서의 전쟁이 사실상 종식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심지어 아프간인들 사이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국지적으로 폭력을 완화하는 기능은 할 수 있으나 아프간 평화를 위한 협상용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프간 정부군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오히려 반군 포로들을 석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