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7년 만에 좌파 집권] 유로존의 미래는… 긴축 대신 ‘성장’ 택할 땐 금융시장 충격 불가피

입력 2012-05-07 21:43


“유럽 유권자들은 긴축정책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

“시장은 프랑스, 그리스 선거 탓에 출렁댈 듯”(AP통신)

6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와 그리스의 선거 결과가 좌파의 승리로 끝난 직후 7일 세계 언론은 일제히 이런 분석을 내보냈다. 특히 프랑스에서 17년 만에 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도 승리가 확정되자 즉각 “긴축이 유럽의 운명일 필요는 없다”면서 긴축정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올랑드 폭풍’ 심상찮을 듯=유럽 유권자들이 표로 긴축정책을 심판한 만큼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독일의 귀도 베스테벨레 외무장관도 올랑드의 당선이 확정되자 “유럽 경제를 위해 ‘성장협약’을 만드는 데 힘을 합칠 것”이라며 유화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면서 “올랑드의 메르켈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올랑드가 취임 직후 베를린을 방문해 성장협약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메르켈 총리가 성장정책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성장정책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사회인프라투자용 EU펀드 확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랑드 정책, 시장은 싫어해?=전문가들은 긴축의 폭이 지나치게 크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게 문제였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성장정책만이 해법일까? 이에 대해 AP통신은 유럽 국가들이 긴축정책을 멀리하고 지출을 늘릴 경우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부채 상환을 위해 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이는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랑드 당선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이미 채권수익률에 반영되기는 했지만 그의 당선이 확정됨에 따라 ‘올랑드 프리미엄(채권값 하락)’이 추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안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선거에서 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우 이란 핵 정책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미국 외교정책의 동반자였다. 하지만 올랑드의 경우 아프간 주둔 프랑스군의 조기 철군을 주장하는 등 해외 전략 개입에 부정적이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커지는 불확실성=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메르켈이 보일 변화가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상징적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펜하겐 소재 삭소 뱅크의 스티븐 제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제는 정치권이 유럽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우려했다.

특히 그리스 선거 결과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그리스 연정이 선거 패배 후 “구제금융 합의 내용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유로존이 또다시 전면적인 위기 모드로 복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개혁센터 관계자는 “그리스는 어떤 처방도 먹히지 않는 역내의 유일한 국가”라면서 “그러나 그리스의 유로 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