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공멸 위기감에 “분당은 없다”… ‘울타리 안 당권투쟁’ 벌일 듯
입력 2012-05-07 18:56
통합진보당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본격적인 당내 세력(勢力) 간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비당권파의 심상정 공동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비당권파의 유시민 공동대표 역시 사태 초기부터 ‘분당 불가’를 외쳐왔다.
당권파에서도 분당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내비친 이는 없다. 어느 쪽도 분당을 언급하거나, 시사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졌을 때 입은 진보세력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양측은 일단 ‘울타리 안 싸움’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당 안에서 명분과 세력 대결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유 공동대표는 대표단 회의에서 당원 명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당 일각에서는 전체 7만2000명을 추산되는 전체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유령당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었다. 실제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에서 온라인 투표자 중 당원이 아니거나,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이 드러났다. 대리투표나 위장투표 또는 유령당원인 셈이다.
당원 명부 문제는 폭발력이 강한 민감한 사안이다. 유 대표의 문제제기는 이번에 근본부터 까보자는 것이다. 비당권파는 당권파가 상당한 정도의 유령당원을 조작해냈다고 보고 있다. 이 공격적 제안을 당권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자 당권파 실세인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일종의 역제안을 내놨다. 그는 이날 오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역시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발표문만 던지며 자신의 사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당원총투표를 요구했다. 유 공동대표의 당원 명부 문제제기를 사실상 뭉개는 것이며, 지금 상태로 당원총투표를 하자는 식의 맞대응 카드를 내민 것이다.
비당권파는 당권파의 부정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보여주자는 ‘명분 전략’을, 당권파는 현실적인 힘을 과시하는 ‘세력 전략’을 쓰는 것이다.
분당이 될 경우 이탈하는 쪽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과 각급 당직, 관련 단체의 자리 등 ‘진보 세력의 일자리’도 잃게 된다. 사태가 어떻게 확대될지는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일단 분당보다는 격렬한 당권 투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