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당권파 실세’ 이석기 “당원 뜻 따르겠다”… 정면돌파로 포장한 승부수

입력 2012-05-07 21:53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가 역공에 나섰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그는 당 안팎의 거센 사퇴압박에 ‘당원총투표’라는 카드를 꺼냈다. 얼핏 보면 정면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퇴 거부를 위한 속셈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진보당의 당원 다수가 당권파라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술수라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7일 입장발표를 통해 “아무리 가혹한 여론의 압박이 있다고 한들 저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소중한 사랑과 진실한 믿음을 훼손하고 그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며 후보 사퇴는 당원총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 와중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당을 진실로 사랑하는 우리 당원의 명예와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당원이 없으면 진보정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저는 지도부의 공천이 아니라 당원들의 선택으로 비례대표에 출마한 사람”이라며 “당원의 뜻과 결정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통해 경선 부정 실태가 드러났음에도 이를 전면 부인하고 당원들에게서 활로를 찾아보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당권파 역시 ‘이석기 사수’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당권파가 비례대표 총사퇴에 크게 반발하는 것도 결국은 이 당선자를 지키기 위한 전술이라는 관측이다.

이 당선자가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의 ‘두뇌’와 ‘자금줄’ 역할을 해왔지만 비당권파들은 그를 거의 알지 못했다. 이 당선자를 가리켜 ‘숨은 실력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비례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로 1위를 차지했지만 이 당선자가 온라인 투표에서 득표한 1만여표 중 60%가량이 IP 중복 투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부정에는 그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한 목표가 있었던 셈이다. 비당권파는 일찌감치 경선 부정 사태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를 지목했다.

한편 전날 사퇴거부 의사를 밝힌 비례대표 3번 김재연 당선자는 ‘제2의 이정희’ ‘당권파의 유망주’로 지칭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제 막 청년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으로서 무슨 파로 규정되고 ‘키워지고 있다’ 등 이야기를 듣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항변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