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파 약진한 유럽 선거, 높아진 불확실성

입력 2012-05-07 18:36

6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승리하거나 약진했다. 유럽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제시된 긴축 정책이 요동칠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럽 상황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올랑드 당선자는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유로존 국가들이 합의했던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는 매우 우려스럽다. 총선 출구조사 결과 사회당과 신민당 연합정권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진보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제2당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자는 선거과정에서 긴축 재정 철회, 채무 상환의 잠정 중단과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까지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리자를 비롯한 야당이 의회에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 경우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해야 하는 그리스의 2차 긴축재정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고,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이나 유로존 탈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지난 2년 동안 유럽 10개국의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 세력이 패배하는 현상이 지속돼 왔다. 이들 유럽 국가가 극단의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어쨌든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다. 이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위기를 봉합하며 겨우 진정국면에 들어간 유로존 위기를 재연시켜 세계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도 있다.

그리스 등이 당장의 고통을 피하려고 위기의 근본원인인 방만한 재정을 고수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복지의 꿀단지’에 빠져 안일한 해법을 도모하기보다는 이번 위기를 연금 및 사회보장 체계 등을 개혁하는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되살아날 튼튼한 토대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

유럽의 정치상황 변화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 정부도 유럽발 먹구름을 주시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나 수출 감소 등에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