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진보당,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입력 2012-05-07 18:38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극한 대립을 보이는 통합진보당의 내홍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당 운영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뒤엎은 것은 물론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정 경선 조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NL(민족해방)계인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인 진보당 당권파는 경선부정에 한 마디의 사과도 없다.
당권파의 뿌리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로 조직논리가 몸에 배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의 편중, 미군 주둔, 재벌 문제 등이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막연히 그곳을 동경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PD(민중민주)계열이 주축이던 옛 민주노동당을 잠식해오다 이번에 본색을 드러냈다.
당권파들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종파주의 논리에 함몰돼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투쟁과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민 눈높이를 당원 눈높이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당권파의 말은 충격적이다. 지금은 일제강점기가 아닐 뿐더러 국민이 진보당원보다 수준이 낮지도 않다.
진보당은 2002년 9억3700여만원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무려 30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당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메우고 있다. 올해에는 60억원가량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국민 혈세로 당을 운영하면서도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당권과 국회의원 자리에 눈이 멀어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도부와 경선 비례후보들이 모두 물러나기로 한 운영위 결정이 12일 열리는 중앙위 의결로 확정된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사파의 정서에 물든 당권파들은 모두 물러가고 새로운 체제를 갖추기 바란다. 그것이 지난 총선 정당투표에서 219만여표라는 적지않은 응원을 해준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진보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다면 국고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