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브란스병원 홍그루 교수 “증상 없는 ‘침묵의 살인자’… 싱겁게 먹고 채식 즐겨라”
입력 2012-05-07 17:20
고혈압 예방·관리 이렇게
“고혈압은 본인이 자각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심장이나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입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인 셈이죠. 고혈압 환자 중 70% 이상이 고혈압을 뒤늦게 느끼는데 고혈압의 별명이 ‘침묵의 살인자’인 이유도 자각 증상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교수(심장내과)는 고혈압의 위험성을 ‘침묵의 살인자’라는 말로 단적으로 경고했다. 뒷목이 뻐근한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고혈압 자각 증상을 느낄 때면 몸에서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긴 뒤다. 특히 고혈압은 심장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심장 질환의 위험이 있는 이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홍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건강수칙을 지키며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고혈압은 몸의 혈관이 적절한 압력을 유지하지 못해 생긴다. 고혈압 자체로 통증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홍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혈관 상태를 파이프에 비유했다. 복잡한 구조로 연결된 커다란 파이프의 한 부분이 녹이 슬거나 막히면 파이프 전체에 문제가 생기지만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발견이 어렵고 이로 인한 문제는 뒤늦게 나타난다. 1㎜ 작은 균열이 파이프 전체를 망가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고혈압은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기보다 동반되는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위험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몸의 혈관 중 어느 한 곳의 압력이 강하면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기 때문에 심장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돌연사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위험한 고혈압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많지만 고혈압이 당뇨나 비만, 고지혈증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고혈압약 한 가지만을 복용하는 환자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복용해야 하는 약의 종류와 개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혈압을 조절하면서 동반되는 질환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써야 한다. 이때 환자 개인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의사와 오랜 시간 ‘맞춤 치료’, ‘개인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은 ‘관리’하는 질환이지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사람들은 고혈압이 완치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고혈압은 평생 관리하고 다스려야 하는 질환으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다”며 “혈압이 낮아졌더라도 동반된 다른 질환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언제 다시 혈압이 높아질지 알 수 없고, 혈압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의사와 함께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압은 수치가 한 번 높게 측정됐다고 해서 고혈압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세 번 이상 측정해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확장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혈압은 그 날의 심리 상태나 몸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감기나 기타 다른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홍 교수는 “혈압은 심리 상태나 스트레스로 높아지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의사의 흰 가운만 봐도 심장 박동이 올라간다. 이런 사람들은 공포증이 있는 것이지 고혈압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와 오랜 시간 상담하고 심전도 검사,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처방이 내려짐과 동시에 식이조절을 병행해야 한다.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인 찌개와 국, 젓갈류, 라면 등을 줄여 나트륨 섭취를 최대한 적게 해야 한다. 또한 기름에 튀긴 음식이나 육류 섭취도 줄여야 한다. 홍 교수는 “현재로서는 제한된 음식으로 식이조절을 하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싱겁게 먹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고,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지 쿠키건강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