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치타에 공격당하는데 남편은 태연히 사진 촬영만…

입력 2012-05-06 19:30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온 60대 관광객 아키 드멜로는 그때 야생 치타와 포즈를 취한 채 미소 짓는 아내 바이올렛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생포된 후 잘 길들여져 ‘순한’ 치타라고 했다. 순간, 아내가 위험해졌다. 치타의 공격을 당한 것이다. 치타에 물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아내의 머리칼은 헝클어졌고, 목에선 피가 흘렀다. 하지만 남편은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맹수의 공격을 받은 아내를 구할 생각은커녕,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이 남편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그 와중에 찍은 사진을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신문인 포트엘리자베스 헤럴드에 기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드멜로 부부가 관광을 간 포트 엘리자베스의 크래가 캄마 동물보호구역에서 일어났다. 그곳에는 치타 두 마리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와 사진을 찍던 바이올렛(60)은 다른 일행에 낀 어린이들이 다른 치타의 공격을 받는 걸 막으려다가 변을 당했다.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그녀를 덮친 치타를 동물보호구역 가이드들이 떼어놓았지만 다른 치타가 또 그녀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죽은 척’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 전했다.

“내 속에서 뭔가가 소리쳤어요. ‘꼼짝 말고 있어. 반응하지 마. 그냥 죽은 척해’라고요.”

두 마리 맹수의 공격을 받았지만 이런 기지 덕분에 상처는 두피가 좀 찢기고 몸과 다리가 여러 번 물려 움푹 파인 자국이 난 정도에 그쳤다. 그녀는 “악몽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치타들이 포악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무엇 때문에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여유를 보였지만 남편을 비난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