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멘토는 DJ 구명운동한 美교수… 美 대사관 피신중 통화, 코언 “정치망명 대신 유학” 해법 제시

입력 2012-05-06 19:30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은 최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뒤 미 외교관들에게 “내가 믿을 수 있는 한 명의 조언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거명한 인물은 미국에서 ‘중국법의 대부’로 불리는 제롬 코언 뉴욕대 법학교수였다.

이후 미 정부의 주선으로 두 사람은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코언 교수는 천광청이 정치망명 대신 유학이라는 형식으로 미국을 떠나는 해결책을 제시해 자칫 양국의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천광청이 코언 교수의 초청을 수락해 뉴욕대의 미-아시아 법학연구소의 초청교수로 미국에서 체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P는 특히 천광청이 최악의 곤경에서 찾은 코언 교수가 1970년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됐을 당시 구명운동을 벌였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코언 교수는 74년 ‘한국의 인권과 미국의 외교정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을 정도로 과거 유신 및 5공화국 시절 한국의 인권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다. 그는 94년 김 전 대통령이 설립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의 해외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한편 천광청이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하는 과정에 미국이 적극 개입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천광청이 집에서 탈출해 피신하는 과정에서 한 친구가 대사관 측과 접촉해 그가 심한 부상을 당해 도움이 절실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당시 베이징에 있던 국무부 법률고문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는 잠시나마 부상당한 천 변호사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미국의 고위관리들과 협의했고, 결국 미국은 대사관에서 수 ㎞ 떨어진 곳에서 차량에 숨어 있던 천 변호사에게 자동차를 보내 중국 공안의 추격을 따돌리고 데려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