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천광청 사건과 미국의 가치
입력 2012-05-06 22:26
5월 들어 첫 일요일인 6일 베이징은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아 초여름 날씨였다. 이날 아침 시내 바이자좡루(白家庄路)에 있는 차오양(朝陽)병원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시민들은 휴일을 맞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차오양병원 북문 앞 2차선 도로 주변은 크게 달랐다. 길 건너편에서 병원 담 너머로 볼 수 있는 나지막한 빨간 벽돌 건물(VIP 병동)에 천광청(陳光誠) 변호사가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북문 맞은편 한켠에 철제 바리케이드로 막아 놓은 ‘포토라인’ 안에는 기자들 2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기자들을 ‘안내’하는 경찰과 병원 입구를 지키는 경찰들…. 경비원 3명이 병원 내 VIP병동 출입문을 방문객 명부까지 비치해 놓고 지키는 건 종전과 다름없었다.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첫날이었던 지난 3일 오전. 댜오위타이(釣魚臺) 궈빈관(國賓館) 내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는 개막식이 열렸다. 팡페이위안 옆 연못에서 반짝이는 물결, 갖가지 수목이 뿜어내는 신록의 내음…. 과거 황제의 낚시터였다는 이곳. 더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치사에서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의 칠언절구 ‘만춘(晩春)’의 첫 두 구절을 인용했다. “초목지춘불구귀 백반홍자투방비(草木知春不久歸 百般紅紫鬪芳菲).” 우리말로는 “오래잖아 봄이 지나갈 걸 초목도 아는지라, 울긋불긋 피어난 온갖 꽃들 서로 향기를 다투네”쯤 되겠다.
‘팡페이(꽃향기)’라는 단어가 들어간 ‘팡페이위안’이 개막식 장소라 이 시를 언급했지만 후 주석 스스로 “중·미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두 나라 사이에는 천광청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일은 ‘미국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미국이 중국보다 ‘절대 우위’에 있는 ‘인권’ ‘자유’ 이러한 것마저 포기한다면? 미국은 전략경제대화까지 겹치자 중국의 경제력 앞에서 이들 가치마저 망각했던 듯하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앞세워 민주사회를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한다면 중국은? 중국이 현 단계까지 온 역량도 국민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는 잊고 있는 것 같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