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밀항하려다 딱 걸린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 30년전 서울법대생 사칭
입력 2012-05-06 21:46
서민들의 쌈짓돈과 은퇴자들의 퇴직금 등 고객예금 200여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히는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6일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에 따르면 김찬경(55)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9시쯤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해경에 검거됐다. 해경은 김 회장과 밀항 알선책 이모(53)씨 등 4명을 검찰에 넘겼다. 영업정지 대상으로 거론된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로 정상적인 출국이 어렵게 되자 불법 밀항을 택한 것이다.
해경은 이미 지난해 12월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부실 문제로 수사를 받게 되자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또 다른 알선책 박모(51)씨 등의 휴대전화를 추적하던 해경은 ‘거사일은 5월 3일’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해경 수사팀 7명은 낚시꾼으로 위장해 궁평항에 잠복했다가 김 회장 일행이 9t 소형어선 선실로 들어간 직후 검거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어선을 이용해 공해로 나간 뒤 화물선으로 갈아타 중국으로 가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5일 열리는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출석하라는 금융위원회의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그는 밀항 직전인 3일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뒤 현금 135억원과 68억원 상당의 자기앞수표를 보내달라고 요청, 우리은행 직원이 가져온 돈을 회사에서 받았다. 도망간 사실이 알려지면 전혀 쓸모가 없는 자기앞수표를 현금과 함께 인출한 것은 영업자금으로 위장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검거 당시 곤색 점퍼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여권과 현금 1200만원(5만원권 240장)을 갖고 있었다. 김 회장은 빼돌린 135억원을 중국에서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의 조사과정에서 김 회장이 198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서울법대생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70년대 후반 법대 복학생으로 갑자기 나타나 수년간 교수와 학생들을 감쪽같이 속이며 과대표까지 맡았다. 이후 법대 교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고 성대한 피로연까지 치렀으나 모든 게 가짜로 드러난 뒤 한동안 잠적했다.
합수단은 김 회장이 대출금을 몰래 빼돌려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사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동시에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이 최근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폐업하면서 재산을 은닉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김 회장의 미래저축은행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부풀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NK인터내셔널의 2대 주주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현 정부 실세들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있어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정황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합수단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추가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불법대출, 고객 명의를 도용한 차명대출, 사전부당인출과 배임 및 횡령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