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래주점 화재 참사] 노래실 24개 ‘미로 방불’… 비상구 못찾아 피해 커져

입력 2012-05-06 21:51


5일 밤 발생한 부산 부전동 노래주점 화재는 34명의 사상자를 냈다. 종업원의 초기대응 부실과 미로같은 비좁은 복도를 손님들이 채 빠져나오기 전에 유독연기가 삽시간에 실내로 퍼지면서 질식해 피해가 컸다. 소방 당국의 대처도 신속하거나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복잡한 구조와 초기 대응 미흡=목격자 진술과 합동감식반이 6일 실시한 1차 감식 결과 전기적 요인 등이 화재원인으로 추정됐다. 발화지점은 비었던 21번과 24번 노래실이 맞붙은 벽쪽으로 조사됐다. 합동감식반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소방본부 등으로 구성됐다.

합동감식반에 따르면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있는 이 노래주점은 600여㎡에 노래실 26개가 계산대, 다용도실 등을 중앙에 두고 벽 쪽으로 배치됐다. 주점 측은 1번 노래실과 다용도실을 나눠 노래실 2개를 무단으로 더 설치했다는 것이다. 통로는 마치 ‘ㅁ’자 모양의 미로처럼 나 있다. 따라서 연기가 통로를 채우면서 안쪽 노래실의 손님들이 신속히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음재 등이 타면서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불길보다는 이 연기가 마구 쏟아져 나오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특히 불이 나자 영업주 조모(26)씨와 종업원 4명은 영업 중인 5개 노래실의 손님들을 우선 대피시키지 않고 자체 진화를 벌였던 것으로 소방당국의 조사에서 확인됐다. 119 신고는 화장실에 갔던 또 다른 종업원이 화장실을 나오다 연기를 보고 그때 신고했다는 것이다. 초기 손님대피를 위한 상황전파가 지연되면서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비상탈출이 어려운 실내구조=비상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노래주점에는 옥내계단과 옥외계단으로 통하는 3개의 비상구가 있었지만, 손님들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특이한 건물 구조 때문인지 비상구들이 주 출입구 반대편이 아닌 주 출입구 주변에 있어 손님들의 탈출을 돕지 못했다.

건물 외벽의 접이식 사다리와 통하는 비상구는 1번과 2번 노래실 사이에 있었다. 이 역시 비상구를 열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부속실을 지나 외벽 창으로 통하는 구조라 주점 내부에 익숙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들었다.

주점 위치가 3층이어서 창문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주점 외벽이 건물 미관과 방음을 고려한 고강도 통유리로 시설돼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방 당국이 외벽 유리를 깨고 적극적인 현장진입 및 구조작업을 시도했다면 희생자 규모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당국의 안일한 초동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목격자들은 “화재 신고를 받고 최초 소방차 7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소방호스를 펴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며 “한참 지나서야 소방대원들이 좁은 출입구를 통해 3층 화재 현장으로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화재 발생 40분이 넘어서야 밖으로 실려 나왔다는 것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