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위기] PD계열(민중민주-심상정·노회찬·조승수 주축)의 대반격… 권력 구도 바뀔 가능성
입력 2012-05-06 19:01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의 지도부 및 경선 참가 비례대표 14명 총사퇴 결정을 구(舊)민주노동당 출신 민중민주(PD)계열의 대반격으로 보는 시각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2008년 ‘종북주의’ 논쟁 당시 민족해방(NL)계열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탈당했던 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꾸로 NL계열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관측이다.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 조승수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PD계열은 진보당의 모태인 민노당 창당 주도 세력으로, 분당(分黨)사태 전까지 당 주류였다.
하지만 NL계열이 2007년 대거 입당한 이후 PD계열은 당내 제1세력 자리를 내준 뒤 온갖 설움을 당했다. 자신들이 만든 당을 떠나야 했고 다수가 18대 총선에 낙선해 퇴물 정치세력 취급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진보당 창당 이후에도 NL계열과 유시민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계에 이은 제3의 세력 정도로 여겨지며 당직 배분과 4·11 총선 공천 등에서 소외돼왔다.
따라서 PD계열로서는 이번 사태를 ‘대역전’ 기회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비당권파가 당권파를 강하게 압박하는 진보당 권력투쟁 구도에서 PD계열은 가급적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전국운영위 회의 과정에서도 원칙 강조 이외에는 최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노 대변인 역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끄럽고 부끄러운 나날”이라면서도 “얼굴을 들 수 없는데 무슨 말을 하랴”고만 밝혔다.
반면 참여당계를 이끄는 유시민 공동대표는 NL계 대표인 이정희 공동대표를 향해 큰소리를 서슴지 않으며 대립했다. 유 공동대표는 6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결정은 당 중앙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PD계열은 유 공동대표와 참여당계가 대중정당 노선과 당내 민주주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 NL계와 당권파를 공격하게 한 뒤 자신들은 배후에서 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양동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전면에 나설 경우 NL계에게 역습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북주의 논쟁 때 친북 성향을 공개 비판한 점 등을 들어 NL계가 대대적으로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번 사태를 잘 관찰해보면 의혹 제기에서부터 진상조사, 운영위 결정까지 모두 참여당계가 주축”이라면서 “PD계열은 적극 동조하면서도 절대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