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위기] ‘정치적 치명상’ 입은 이정희… 진보의 아이콘서 당권파 꼭두가시로
입력 2012-05-06 18:40
그동안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그야말로 ‘진보의 아이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인권 변호사에다 ‘정직·성실·강단’이라는 그의 이미지는 인기몰이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공동대표의 이 같은 평판은 지난 4∼5일 열린 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 완전히 날아가 버리게 됐다.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 그는 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실까지 부정하며 끝까지 당권파 논리만 폈다. 의장으로서의 중립 의무는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진상조사보고서 자체가 특정 정파의 조작”이라고 강변했다. ‘진보세력의 대표인물’이 아니라 ‘당권파의 꼭두각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틀 동안 당 홈페이지로 생중계를 지켜본 많은 당원들은 이 공동대표의 낯선 모습을 보고 자유게시판 곳곳에 비판 글을 올렸다. 자신을 ‘포세이동’이라고 밝힌 한 당원은 6일 “완전 배신감을 느낀다. 지난번 (서울) 관악을 후보에서 사퇴하지 말라고 한 게 엄청 후회된다”는 글을 띄웠다. 다른 당원은 “그동안의 지지는 이제 불신을 넘어 환멸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1987년 대입학력고사에서 전국 여자수석을 차지한 그는 서울대 법대에 진학, 90년 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냈다. 96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여성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2007년 3월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민노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의원이 된 이 공동대표는 4년 동안 가장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2년 전 한 언론사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돋보인 의정활동을 한 여성의원’ 항목에서 1위를 기록했고 ‘같이 일하고 싶은 국회의원’ 질문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2위를 차지했다.
당 일각에서는 정치입문 5년 만에 이 공동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번 사태가 지난 3월 야권단일후보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연이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