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주일 맞아 교회마다 예식 행사 잇달아… “유아세례, 철저한 사전준비·후견 역할 중요”
입력 2012-05-06 23:57
6일 어린이주일을 맞아 침례교회를 제외한 다수의 교회가 유아세례예식을 진행했다. 유아세례는 은혜의 언약, 신앙전수란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아세례가 단순한 의식을 넘어 부모와 교회공동체의 신앙지도를 내포하는 ‘거룩한 성례전’이 되려면 그 의미와 역사성, 논쟁 내용 등을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신앙고백 있어야 vs 누구나 복음계약=유아세례 논쟁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유아세례를 반대한 쪽에선 성경기록과 증거가 없고, 유아가 세례를 인지할만한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구약의 할례와 세례 간 관계성도 약하다고 한다. AD 200년경 활동한 터툴리안이나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의 한 분파였던 재세례파(Ana-Baptist), 침례교가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추앙받는 칼 바르트를 비롯해 위르겐 몰트만, 폴 킹 주엣, 슈나이더 등의 신학자도 여기에 동조했다.
반면 칼뱅과 루터, 츠빙글리, 웨슬리 등은 어린이도 구원을 받아야 하며, 복음계약 아래에 있으므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아세례가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책임감을 증대시키고 교회조직에 자녀를 접목시키는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임희국 장신대 교회사 교수는 “종교개혁 시대 유아세례와 관련된 논쟁은 ‘어린이도 하나님의 계약 백성으로 약속의 자녀’라는 견해와 ‘세례에는 분명한 신앙고백이 따라야 한다’는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면서 “유아세례가 보편화된 것은 부모와 친척, 교회가 어린이가 성인으로 신앙성장 될 때까지 교육과 양육을 책임진다는 신학적 의미가 타당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세례 준비, 신앙후견인 필요=이렇듯 신앙적 유익이 크기에 한국교회에선 예장 통합, 합동,백석, 기감, 기성 등에 소속된 교회가 유아세례를 채택하고 있다. 유아세례를 부담스러워하는 교회도 헌아식(獻兒式)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적인 신앙예식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제대로된 유아세례가 되려면 철저한 세례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기연 서울신대 예배학 교수는 “교회사에서 이미 2∼3세기 유아세례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다”면서 “유아세례가 논란이 된 것은 중세시대 이후 무분별하게 남발되면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사도전승을 보면 ‘세례교육 중 순교당하면 그 피로 세례를 인정한다’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목숨을 내걸고 신앙을 지켜낸다는 자세로 세례를 철저히 준비했다”면서 “어린이든 어른이든 물세례를 받으면 하나님 나라에서 갓 태어난 영적 유아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교회 공동체가 든든한 신앙의 후견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Key Word- 세례
세례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예식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표시(Sign)이자 보증(Seal)이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그리스도, 교회와 연합하게 된다. 따라서 세례는 말씀, 성찬과 함께 교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