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지지 복음주의 진영, ‘몰몬교’ 롬니 1위에 딜레마… 적장 민주 오바마에 표심줄까?

입력 2012-05-06 18:09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던 미국의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동안 세를 몰아줬던 릭 샌토럼 상원의원이 낙마한데 이어 리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마저 지난 2일 하차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코드가 맞는 주자는 론 폴 하원의원 뿐이지만 그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 대선구도는 사실상 오바마 현 대통령과 롬니의 대결로 압축된 상태다.

롬니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내세워야할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롬니가 독실한 모르몬교도이기 때문이다.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은 모르몬교를 여전히 ‘기독교의 이단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종교로 보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롬니가 오바마를 이기기 위해선 미국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가톨릭 신자와 함께 유권자의 22%로 추산되는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톨릭쪽은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모르몬교에 대해 심하게 배타적이지는 않다. 정치적으로도 선거 때마다 이쪽저쪽을 오가며 표를 찍는 이른바 ‘스윙그룹’이다.

그러나 개신교 복음주의 그룹은 다르다. 이들은 모르몬교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을 뿐더러 정치적 응집력도 강하다. 롬니는 이런 복음주의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동성애와 낙태반대 등 복음주의자들이 반길 내용들을 신념으로 강조해왔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하나의 종교나 집단을 위해 봉사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 아침 기도를 드리고 자신의 경제정책도 예수의 말씀에 따라 기초한다”는 등의 말도 해왔다.

미 정가 일각에선 “11월 대선이 ‘오바마 대 반오바마’ 진영의 대결이 될 것인 만큼 종교는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란 주장을 펴기도 한다. 또 경제회복 문제가 최대이슈여서 종교적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내 여러 여론조사전문기관들은 보수 복음주의자들이 오바마와 롬니의 대결로 진행될 대선을 앞두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CNN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17%가 “모르몬교 후보들에게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모르몬교에 대한 보수적 복음주의권의 거부감이 여전한 것이다.

따라서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이 2004년 대선에서 부시대통령에게 몰표를 줬듯 이번 대선에서 롬니에게 몰표를 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모르몬교도에게 표를 주느니 차라리 진보계열이지만 같은 개신교도인 오바마에게 투표할 복음주의 유권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보수적 가치를 지지해온 복음주의자들이 섣불리 민주당에 표를 주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래저래 11월 본선 때까지 복음주의자들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박동수 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