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혜련] 내 탓이다, 미안하다

입력 2012-05-06 18:24


요즘 줄을 잇는 연예인들의 이혼이 얘깃거리다. 유명인이 이혼을 발표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까 생각하면 찡하다. 온갖 사정이 있겠지만 한결같이 ‘성격차이’ 때문이란다. ‘대외용 멘트’로 여겨지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뭐가 시발점이 됐든 두 사람이 보인 사고와 행동 양식의 차이가 불화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애당초 성격차이를 모르고 결혼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서로 다른 성격에 이끌려 사랑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전혀 다른 유전인자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성격이 같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둘을 눈멀게 했던 호르몬의 화학작용이 결혼 후 시들해지면 둘 사이 간극을 메워야 할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거다.

한 해 12만쌍이 이혼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추세다. 한 세상 살면서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상대가 ‘웬수’처럼 느껴질 때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부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이 자동으로 굴러간다고 서로에 태만하지 않았는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함부로 대하고 용서 받을 수 있으리라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는지.

결혼을 깊이 통찰한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결혼은 서로의 삶에 돌진하지 않고 신뢰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라며 “한때의 낭만적인 사랑이 좋은 결혼생활을 보장하리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또 “결혼에 충실하겠다는 이유로 배우자를 지배하려 하지 말고 독립성을 인정하라. 지나친 의존은 지배와 복종을 낳고 궁극적으로는 부부관계를 와해시킨다”고 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간극에 다리를 놓기 위해 머리 아닌 가슴으로 상대의 속마음을 읽어 소통하라고 주문한다. 상대가 내 아픔에 공감할 때 이미 절반의 상처가 치유됨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철벽 같은 불통의 외로움이 얼마나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도.

매일 별일 없이 굴러가던 자동차가 별안간 고장 나듯 수십 년 한솥밥을 먹어온 부부관계도 이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가정의 달,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공기처럼 흔적 없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의 고마움을 깨닫고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주문이다.

서로 다르니 싸우는 게 정상이고 더 나아지자고 싸우는 것이다. 상처는 부족한 내 스스로가 받는 것이지 상대가 주는 것이 아님을 알자. 상처 받는 것 자체가 자만이라는 말도 있다. 서로 달라서 생긴 오해로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 내 탓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이 네 마디, 하루 열 번만 하자. 미워하고 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 가고 있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하니까.

이 모두 내게 거는 주문이다. 한때 남편의 배신으로 인해 깊은 상처와 깨달음을 얻었다는 힐러리 클린턴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 이외의 모든 것은 인생의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고혜련(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