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서 열린 ‘귀농귀촌 페스티벌’ 르포… “농촌서 인생2막” 베이비부머 북적
입력 2012-05-04 21:46
‘2012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이 막을 올린 4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는 은퇴를 전후한 50대들로 북적댔다. 이들은 도시화, 산업화의 물결 속에 인생을 보내고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로 농촌에서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 귀농귀촌 관련 단체들이 마련한 상담부스에는 관련 정보를 얻고 상담하려는 장년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전시관 입구에서 만난 서울 토박이 김홍엽(59)씨는 “도시에서 오래 살았으니 이제는 조용한 오지에 들어가 살고 싶다”며 “집밖에만 나서도 돈이 드는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생활이 여유롭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시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해 경북 봉화의 산골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담부스를 찾아 직접 상담하는 이들도 많았다. 아내와 함께 상담을 받은 오광호(55)씨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아 귀촌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으로 가면 농산물도 직접 재배해 먹으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용 터치스크린까지 동원해 맞춤형 상담에 나선 농협인재개발원 부스에는 상담 신청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권민정 농협인재개발원 대리는 “오늘 하루에만 1000명 가까운 분들이 상담부스를 찾았다”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부분인데 주거와 관련한 지원 프로그램을 가장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41개 지자체도 부스를 만들어 지역홍보에 열을 올렸다. 전입장려금, 출산장려금, 보육료 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 소득을 노릴 수 있는 고소득 특산작물 산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기숙사를 갖춘 농촌학교의 장점을 홍보하면서 대안교육을 강조한 지자체도 눈길을 모았다.
장밋빛 기대보다는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귀농을 위해 2년여간 준비한 박모(58)씨는 “직접 발품을 팔며 철저하게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텃세는 없는지, 현지 주민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모두 712만명으로 추산되며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년 업무계획에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의 66.3%가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 서울시 등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6일까지 계속된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