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위기] 이정희 “조사 수용 못해… 지도부 사퇴 안돼”

입력 2012-05-04 19:13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사건 수습책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비당권파가 공동대표단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지도체제 전환을 요구하자 당권파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전면 부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극단적 대립으로 당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진상조사위 조사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하지 않았다”면서 “부풀리기 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상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지 당원들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대표는 “따라서 나는 책임져야 할 현실을 피하지 않고 6·3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지만 나머지 중앙당 대표단 및 주요 당직자,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 등의 총사퇴는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당권파 유시민 공동대표는 “우리 당 비례대표 경선은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 우리 자신을 쇄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기초를 만들지 못한다면 당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역시 비당권파인 심상정 공동대표도 “폐쇄적인 조직 논리, 내부 상황논리가 우리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행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유·심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단은 사퇴해야 하며 당 체제를 비대위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진상조사위가 당권파의 핵심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이 경선 부정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와 주목된다. 비당권파 핵심 인사는 이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권파 측이 계속 진상조사 결과를 부정할 경우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이를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보당 최대 조직기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전날 산별 대표자 회의를 열어 전면적 당 쇄신을 요구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