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사건] 中, 천광청 美 망명 ‘사실상 허용’

입력 2012-05-04 19:13

중국판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천광청(陳光誠) 시각장애 인권변호사가 마침내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밤 천광청이 산둥성 린이시 둥스구촌 집을 탈출한 뒤 반전을 거듭했던 상황은 12일 만에 매듭을 짓게 됐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천광청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천광청이 원한다면 일반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법에 따른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유학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런 언급은 미국 망명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이틀째 회의 진행 도중에 나왔다. 중국 정부가 ‘천광청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던 태도를 바꿔 미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함 에 따라 첨예한 국면으로 향하던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은 해소되게 됐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일만 해도 천광청을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루 뒤인 2일 양국은 ‘천광청 중국 체류’에 전격 합의했고 우여곡절 끝에 4일에는 천광청 미국 유학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과 미국이 이러한 최종 선택을 하는 쪽으로 급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양국 모두 국내 정치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올 가을 지도부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체제 안정을 해치는 상황의 장기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저버렸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사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허점을 노출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