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냉동탑차 3명 사망’ 사건, 전 예식장 대표 단독범행 무게
입력 2012-05-04 19:08
채권·채무 관계로 알려진 남성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수사 중인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4일 이들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힌 뒤 공범 여부와 범행동기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주시 한 예식장 전 대표 고모(45)씨가 자신과 거액을 거래했던 건설업체 대표 정모(55)씨와 이 예식장 전 운전기사 윤모(44)씨 등 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부터 고씨 가족과 윤씨 동거녀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이들의 행방을 추적해 왔다. 예식장 1t 냉동탑차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행적을 찾던 중 실종 열흘 만인 3일 오후 4시20분쯤 완주군 상관면 신리 고덕터널 인근 갓길에 세워진 냉동탑차를 발견했다. 차 운전석에서 고씨가, 적재함에서 손과 발이 묶인 정씨와 윤씨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와 친하게 어울렸던 정씨와 윤씨를 포함한 4명은 고씨의 불법대출과 고의부도 약점을 내세워 고씨가 지닌 돈의 분배를 요구했다. 이들 4명은 지난 3월 고씨를 납치하려다 실패했고, 4월 초 고씨를 납치해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흉기로 고씨 허벅지를 찌르는 등 린치를 가했다. 고씨는 당시 10억원이 넘는 차용증서에 서명한 뒤 풀려났으나 이 때문에 복잡한 채권·채무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고씨는 극단적 선택 전 자신의 친형에게 유서형식의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는 경찰에 전달됐다. 편지에는 정씨와 윤씨의 부당한 금전 요구에 고씨가 극심한 고통을 받은 사실이 적혀 있었고, 이들을 ‘악마’라고 표현했다. 고씨는 또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사람과 대출을 알선한 유명한 조폭 출신 인사에 대해서도 “…더 까불고 다니면 내가 귀신이 돼 널 가만 안 둬…” 등의 경고를 남겼다.
전주=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