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숨고르기 들어간 檢, 박영준 전 차관 비자금도 캘까
입력 2012-05-04 21:53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2개의 큰 산을 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하고,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많은 의혹이 새롭게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4일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살펴보겠다”며 “하지만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범죄 혐의와 관련된 확실한 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또다시 선을 그었다.
가장 큰 관심은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수사 여부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자금줄로 의심받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 계좌에 파이시티로부터 뭉칫돈이 입금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중국에 머물며 검찰 소환에 계속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키를 쥐고 있는 이 회장이 귀국하면 박 전 차관의 추가적인 금품수수와 비자금 조성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차관의 포스코 인사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를 앞둔 2008년 11월 당시 회장 후보자였던 윤석만(64) 전 포스코 사장을 만난 자리에 이 회장이 동석했다는 것이다. 윤 전 사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박 전 차관을 만난 자리에 이 회장이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당시 야당은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포스코 협력업체가 현 정부 출범 이후 포스코의 납품 발주에 힘입어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박 전 차관의 영향력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시공권을 따낸 과정에 박 전 차관이 서울시를 통해 개입했다는 의혹도 검찰은 조사 중이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이 각각 받은 로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도 관심이다. 최 전 위원장이 당초 대선 여론조사 등에 받은 돈의 일부를 사용했다고 했다가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고 말을 바꾼 경위가 석연치 않다.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전 차관 역시 이명박 대통령 대선 당시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운영하는 데 자금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여부도 남은 과제다. 검찰은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인허가 청탁과 함께 파이시티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 인허가 관련 공무원의 수뢰 여부를 강도 높게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