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사건] ‘외교 갈등’ 왜 서둘러 봉합했나… 美·中 모두 사태 장기화땐 ‘득보다 실 크다’ 판단
입력 2012-05-04 21:52
“천광청은 이미 미국 정객들이 중국을 먹칠할 때 쓰는 도구이자 장기판 말이 됐다.”
베이징시 공산당위원회 기관지 베이징일보는 4일 ‘천광청 사건은 미국 정객들의 졸렬한 연출’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천광청은 배후에 있는 서방 반중국 세력의 이익만 대변할 뿐”이라며 이렇게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는 천광청에 대해 미국 유학을 허용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지난 2일 천광청이 주중 미대사관을 나와 차오양(朝陽) 병원에 입원한 뒤 수시로 변하던 국면이 마침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전과 오후 상황은 중국 당국의 의사 결정이 얼마나 긴박하게 이뤄졌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천광청 사건’의 장기화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보시라이 사건’으로 인해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이 심각한 터에 이번 사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빨리 천광청 사건을 털어버리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다.
중국 당국이 한때 천광청이 국내에 머무르는 쪽으로 밀어붙였지만 그가 국내에서 계속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고조시킬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여기에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이러한 생각은 후진타오 주석이 3일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세계에 커다란 손해를 끼친다”며 “국제적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중국 국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쌍방은 협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드러난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번 일을 두고 국내 여론이 악화돼 곤경에 빠진 만큼 천광청을 미국으로 데리고 가는 길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의회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등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주춤거릴 수 없는 형편이었다.
양국이 지체 없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한 기류는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언에서도 읽힌다. 그는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천광청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중국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이 미국 측의 유감 표명을 실질적인 사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양국은 이에 따라 지난 3일 동안 ‘미국행 가능성 높음’에서 ‘중국 체류’를 거쳐 ‘미국 유학’에 이르기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천광청 거취 신속 처리’라는 당초 방침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천광청 사건은 이처럼 기본적으로 중국과 미국 간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갈등이 노출되는 상황을 드러내긴 했지만 별다른 불만 없이 서둘러 봉합할 수 있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