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사건] 1주일여 걸친 미·중 갈등 일단락 불구… 美 행정부 외교 역량에 ‘흠집’
입력 2012-05-04 19:05
중국 정부가 4일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망명을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1주일여에 걸친 미·중 간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외교역량에 대한 회의와 불신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자칫 이 사태가 길어졌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가도에도 내내 족쇄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리 로크 중국주재 미국대사는 천 변호사가 ‘미국의 압력에 따라 베이징 주재 대사관을 떠났다’고 말하는 등으로 큰 파문이 일던 3일 CBS, NBC, CNN방송과 잇따라 인터뷰를 가졌다.
로크 대사는 천 변호사가 처음부터 중국에 남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고, 자신의 결정으로 대사관을 나선 뒤 ‘심정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 등을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 상세히 설명했다. 로크 대사는 미 대사관을 나와 병원으로 가겠다는 그에게 몇 번이나 ‘정말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천 변호사가 미국 의회와의 전화통화와 B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행을 희망하고, 신변의 불안을 호소하면서 미국 내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천 변호사의 바람이 어떠했든 그가 대사관을 떠나게 한 것은 미 정부의 실수이며,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제대화(3∼4일)를 앞두고 이번 사태 해결을 서두르면서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실시되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날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라는 천 변호사에 대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자유가 암흑에 빠진 것이자 오바마 행정부의 치욕”이라고 맹비난했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넨(공화, 플로리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미국 정부가 천 변호사가 한때 머물렀던 미국 대사관에서 나가도록 한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이번 사건은 미국 외교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