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사건] “쉬고싶다, 어머니와 형제 안전 걱정”… 美 의회에 울려퍼진 천광청의 휴대폰 통화 육성
입력 2012-05-04 19:04
일주일이 넘어가는 중국의 반체제인사 천광청(陳光誠)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줄다리기에서 3일(현지시간)은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되는 날로 기록됐다. 이날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천광청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청문회는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중국위원회(CECC)가 천광청이 처한 상황 등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급하게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2시간가량의 증언이 끝날 무렵 CECC를 조직한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서 장내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졌다.
스미스 의원은 청문회장 의장석에서 천광청과 통화를 시작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재미 반중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대표 푸시추(傅希秋)가 휴대전화를 마이크에 갖다대 청문회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통역은 푸 대표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천광청은 스미스 의원과의 통화에서 “나는 미국으로 가서 쉬고 싶다. 10년간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고 싶다”면서 “그로부터 더 도움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내 어머니와 형제의 안전으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망명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의 의사와 ‘심경 변화’ 등을 둘러싸고 각종 설과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당사자의 진의가 미국 정치의 심장부에 바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천이 이처럼 미 의회에 직접 자신의 의사와 곤경을 호소한 지 몇 시간 만에 중국 외교부는 사실상 그의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위기에 처해 있다”는 천의 잇따른 언론 인터뷰와 이날 미 의회 청문회 전화 통화가 중국의 양보에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