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위기] 통합진보, 결국 分黨 수순?… 브레이크 없는 내부 권력투쟁
입력 2012-05-04 18:59
통합진보당의 내부 권력투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당내 비례대표 경선 부정 수습책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대립이 서로의 존립기반까지 흔들고 있어서다. 당 안팎에는 양측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당권파의 분노,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다니”=구(舊)민주노동당 출신 당권파들은 이번 사태를 유시민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계와 심상정 공동대표 중심의 진보신당 탈당파의 ‘반란’으로 여긴다. 지난해 12월 대통합 당시 당에 들어온 ‘굴러온 돌’이 이번 문제를 계기로 ‘박힌 돌’을 몰아내고 당권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당권파 중심인물인 이정희 공동대표의 4일 전국운영위원회 발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공동대표는 “과연 누가 진보정치에 십수년 몸 바쳐온 귀한 당원들을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비당권파 때문에) 검찰의 손아귀에 당원들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다 들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의 발단 자체가 권력투쟁인 만큼, 절대 밀릴 수 없다는 각오다. 일단 한발 물러나겠지만 주요 당직은 당권파가 여전히 차지해야 하며 6월 3일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직에 당권파 새 인물을 내세워 결전을 펼 태세다.
◇비당권파, “이젠 진보도 민주주의다”=반면 비당권파는 진보진영에 관행처럼 자리 잡은 비밀주의와 폐쇄주의를 근절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 내부를 쇄신해야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기성정치 세력과는 다른 정책 추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진보신당 탈당파들보다는 유 공동대표의 참여당계 인사들이 더 큰 쇄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경험을 통해 익힌 대중정당 감각으로는 진보당의 현재 모습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여당계 한 핵심인사는 이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권파가 지금까지 당을 운영해온 방식은 한마디로 물밑거래였다”면서 “모든 걸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는 장막 뒤에서 당론과 정책, 운영방식을 결정하면서 갖가지 무리한 행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관적 전망, ‘어게인 2008 분당’=정치권에는 진보당의 권력투쟁이 ‘화합’으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싸움 끝에도 결국 타협하는 기성 정당과 달리 진보당 분파들은 이념에서부터 정치적 목표, 행태 등이 극단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때까지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뭉쳤겠지만 이젠 목표가 없어 보인다”며 “민주노동당이 2008년 ‘종북주의’ 논쟁 과정에서 두 갈래로 쪼개졌을 때와 유사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과에 따르면 진보당의 정당 지지율이 6.8%로 지난주(8.4%)보다 1.6% 포인트 하락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