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위기] 고함·욕설에 정회소동… 생중계된 당권-비당권파 난타전

입력 2012-05-04 21:50

‘부정선거 조사 보고서’ 싸고 대격돌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부정선거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을 일축했다. 이를 듣고 유시민, 심상정 두 공동대표는 격분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공개적인 격돌은 당이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서로 상대방 주장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고, 비난 강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선 분위기다.

이 공동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공개된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대해 “불신에 기초한 의혹”이라거나 “부풀리기식 결론”이라고 폄하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전날 당권파 긴급모임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동대표는 “현장투표 부정사례로 명시된 당원들은 진상조사위로부터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가 없음을 해명할 수 있는 당원들을 책상머리에서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때라는 답변만 듣고, 당권파와 함께 철수하라는 압박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옆에서 이 공동대표 발언을 듣던 유·심 두 공동대표의 얼굴은 점차 굳어졌다. 이 공동대표의 발언 뒤 유 공동대표가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 우리 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고 통렬히 반박했다. 또 “당 중앙선관위는 아직도 현장투표소 결과를 투표소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투표 결과가 최소한의 투명성조차, 상세한 결과조차 알려지지 않으면 무엇을 담보로 투표 신뢰성을 주장할지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심 공동대표도 “낡은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는 진상조사위 조사보고서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세 대결까지 벌였다. 당권파 운영위원들은 “보고서가 정당성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고 비당권파는 “조사 결과보다 더 중요한 증거들이 있는데 숨기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양측의 대결은 조사보고서 질의응답을 끝내느냐는 문제를 놓고 정점에 달했다. 비당권파는 “무려 5시간이나 넘게 질문만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빨리 매듭짓고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을 묻고 비상대책위 체제 채택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고, 당권파는 “더 질의해야 한다”고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한 당권파 운영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놓고 횡설수설하며 안건이 지도부 교체 문제로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국회에서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운영위 의장을 맡은 이 공동대표는 노골적으로 당권파 편을 들면서 “당규에 따라 표결로 의사를 진행하자”는 비당권파 의견을 묵살한 채 “더 질의하자. 마지막 한 사람의 억울한 당원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버텼다.

회의 과정에서는 양측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운영위원들의 발언을 듣던 다수의 당권파 당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XXX야 헛방조사만 일삼으라고 그 자리에 앉았냐” “뭐 하는 XX들이야”는 등 막말을 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조사내용을 보고할 수 있느냐. 다 퇴장시키라”고 이 공동대표에게 요구했지만, 이 공동대표는 “당원들은 조용히 하라”면서도 “퇴장까지는 불필요하다”고 맞서기도 했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