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주한미군 시설 공격 검토… 美 정부, 은신처 문건 공개
입력 2012-05-04 21:51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생전에 한국 내 미국 시설 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 정부가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테러방지센터(CTC)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서 17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빈 라덴은 미국 내 테러는 알카에다의 역량 부족으로 어려운 만큼 차선책으로 한국 등에 있는 미국 시설을 공격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표적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주한미군 시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총 175쪽 분량의 문건은 2006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작성된 것으로, 아라비아어로 쓴 원문과 영어 번역본이다.
빈 라덴은 또 중동 지역 독재자들이 줄줄이 쫓겨난 ‘아랍의 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문건에서 “아직 봉기하지 않은 민중들을 선동하고, 그들이 독재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무슬림에 비춰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명을 바꾸는 것도 논의했다. 알카에다 라는 이름은 무슬림의 소속감을 약화시켜 적들이 이슬람과 무슬림이 아니라 알카에다 조직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현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알카에다를 대체할 수 있는 이름으로 ‘무슬림통합그룹(MUG)’과 ‘이슬람국가 통일당’ 등을 제시했다.
테러방지센터는 ‘아보타바드로부터의 편지’라는 보고서에서 “이들 문건의 내용으로 미뤄 빈 라덴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슬람 성전의 조종자는 아니었다”면서 “그는 조직의 무능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