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차 퇴출 파문] 저축銀 피해본 복지재단 “원금손실 절대 없다더니… 결핵환자 지원 어떡하나”
입력 2012-05-04 18:44
저축은행들의 추가 퇴출이 예고된 가운데 앞서 퇴출된 저축은행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서울 인사동 사회복지재단 ‘다정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4일 전해졌다.
이 재단은 베데스다교회가 2000년 7월 현금 38억원을 포함해 토지·건물 등 580억여원을 출연해 세웠다. 이후 중증 결핵환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10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펼쳤다. 그러다가 재단은 2009년 초 신현규(60·구속) 전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신 회장은 당시 “재단 출연금과 운영자금을 맡기면 많은 이자를 보장하겠다”며 “저축은행 업계 2위의 토마토은행은 자본력이 뛰어나 원금 손실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안심시켰다.
재단이사회는 고심 끝에 같은 해 6월 설립 당시 확보한 현금의 절반 가까운 15억8300만원을 이 저축은행에 예치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1100여만원의 이자수입은 지원사업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하지만 2011년 9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부실운영과 불법대출이 누적된 토마토은행이 문을 닫아 이곳에 맡긴 재단의 출연금을 한푼도 건질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상품 특성에 어두웠던 재단 측은 뒤늦게 토마토은행 측이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후순위채권’으로 예치금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은행은 공중분해 직전이었다. 현재 재단 측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가 추진 중인 저축은행들의 ‘불완전 판매상품’에 대한 피해구제 대책에 실오라기 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재단은 그동안 매월 650∼700명의 중증 결핵환자들에게 의료비와 영양보충을 위한 생계비 명목으로 1인당 10만원 안팎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해마다 연인원 8000여명에게 지원한 금액은 어림잡아 85억원이 넘는다. 재단 측은 토마토저축은행 예치금을 되찾지 못할 경우 운영자금 압박으로 한 달 평균 300명 이상의 환자에 대한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정명수(35) 총무부장은 “지원금이 끊기면 당장 결핵 합병증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들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걱정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