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혀 감동 못준 박지원 원내대표 선출

입력 2012-05-04 17:58

민주통합당이 어제 박지원 최고위원을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 겸 6·9 임시전당대회까지 당 운영을 책임지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49표, 결선투표에서 67표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서 패한 유인태 후보와의 차이는 7표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뒤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그런 만큼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추스를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대여 협상력도 갖췄다.

하지만 이번 경선 결과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오히려 실망스럽다. 경선 직전까지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분담’ 파문으로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었음에도 4·11 총선 당선자들이 ‘박지원 원내대표’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은 물론 일반 여론도 이·박 합의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패권적인 발상이요,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과 배치되는 담합이라고 지적했지만 허사였다. 절반 이상의 당선자들이 “이해찬·박지원의 역할 분담은 담합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단합”이라는 이·박 두 사람의 해명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새 당 대표를 뽑을 임시전당대회도 요식행위로 전락할 소지가 커졌다. 민주당 대주주인 이·박 두 사람 의도대로 원내대표 경선이 끝난 만큼 당 대표 자리 역시 이해찬 전 총리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당권에 도전하려 나설지 의문이다. 민주당 임시전대가 국민의 이목을 끌기는 벌써부터 틀린 듯하다.

박 원내대표 선출로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결합의 첫 단추는 끼워졌다. 이·박 두 사람 설명대로 소위 대선 승리를 향한 총력대응체제 구축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그러나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가 완성되더라도 앞길은 순탄치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담합으로 탄생하고 참신성이 떨어지는 지도부, 그리고 새 정치를 보여주기는커녕 담합에 좌지우지되는 당선자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