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돈으로 위안부 과거사 덮어보겠다니
입력 2012-05-04 17:56
일본 정부가 미국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추모비를 철거하기 위해 돈을 쓰려다가 국제 망신을 당했다. 일본의 뉴욕 주재 총영사 등은 지난 1일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청을 방문, 시립도서관 앞에 세워져 있는 ‘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요구했다. 이 추모비는 미 연방하원에서 위안부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후 한인유권자센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서명·모금운동이 벌어져 2010년 10월 건립된 것이다. 건립비용 1만 달러는 교민 후원금으로 조성됐고, 부지와 석재는 시에서 기증했다.
일본 외교관들은 이 비를 철거하는 대가로 벚꽃길 조성을 위한 벚꽃나무 지원과 도서관 장서 기증 등 시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제임스 로툰도 팰리세이즈파크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기림비는 전쟁과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철거 압력에 굴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잘못된 역사를 돈으로 덮어보겠다는 가소로운 발상이다. 과거사 청산은 진정한 사죄와 그에 합당한 조치가 출발점이다. 그런 토대 위에 오랜 과정을 거쳐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신뢰가 회복될 때 비로소 마무리되는 것이다. 외국 행정당국을 움직여 오욕의 상징물을 철거하겠다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증거이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내 건 것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신념조차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뉴욕 플러싱 등 3개 미국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위안부 추모비 건립 움직임도 방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사를 돈으로 바꿔치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저급한 경제동물식 발상이다. 일본 당국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 유일한 역사 치유의 길임을 명심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설령 팰리세이즈파크 추모비 철거에 성공하더라도 제2, 제3의 위안부 추모비가 계속 세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