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는 보배라며 건강은 뒷전인가

입력 2012-05-04 17:59

어린이날이 다가오기만 하면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고 떠받들던 어른들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어린이 음료에 충치와 비만을 유발하는 성분이 일반 음료보다 오히려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음료 17개 제품을 대상으로 산도(pH)와 당 함량을 조사하고 세균 증식 실험을 한 결과다. 추천할 제품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당과 감미료를 첨가해 단맛을 높여 비만의 큰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칼슘과 비타민C 첨가 등을 내세운 일부 제품은 함량을 표시하지 않는 눈속임까지 하고 있다. 또 뚜껑 윗부분을 잡아 올리고 마신 뒤 마시지 않을 때는 닫도록 돼 있는 피피캡은 용기 안으로 침과 함께 세균이 들어가 번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은 관련업체에 모두 행정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어린이집은 10곳 중 9곳꼴(88%)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영·유아 건강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의 수도권 어린이집 100곳에 대한 석면 검출 표본조사 결과 51곳의 복도·보육실 등에서 석면이 나왔다. 2009년부터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 사용이 금지됐지만 전국 4만개 어린이집 대부분은 그 이전에 지어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어린이집은 연면적이 430㎡이상인 곳만 석면 조사대상으로 분류돼있다는 사실이다. 전국 어린이집의 88%(3만5940곳)가 이 규모 미만이라 아예 조사대상에서조차 빠진다. 유치원에 비해 보육환경이 좋지 않은 어린이집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나라의 보물인 어린이가 최소한 먹고 배울 곳만이라도 안심할 수 있어야 어른들이 기본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어린이 식품의 안전기준을 보다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해당 식품업체들도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열량은 낮으면서도 영양은 풍부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어린이집도 석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