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재즈는 자유다”

입력 2012-05-04 17:59

아침 햇살이 내리 비추는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 인근 콩고 광장. 허비 행콕, 엘리스 마살리스, 테렌스 블랜처드, 스테파니 조던 등 내로라하는 재즈 연주자와 가수들이 모여 ‘일출(日出) 콘서트’를 펼쳤다. 수백명의 청중은 무대 위로 올라가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흰 손수건을 흔들었다.

그로부터 한나절 후 석양빛을 받은 뉴욕의 유엔 총회장. 행콕 외에 엘리스의 아들 윈턴 마살리스, 토니 베넷, 퀸시 존스, 스티비 원더 등 역시 기라성 같은 재즈 및 블루스 뮤지션들의 ‘일몰(日沒) 콘서트’가 열렸다. 여기에는 미국 외 각국의 재즈 연주자들도 가세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정한 제1회 국제 재즈의 날이었던 4월30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미국의 풍경은 이랬다. 이날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호주 브라질 일본 알제리 뉴기니 등 세계 50여개국에서 재즈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그야말로 재즈가 단순한 음악을 넘어 ‘보편적인 자유의 언어’로서 세계를 휘어잡고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준 날이었다.

수전 라이스 주 유엔 미국대사, 배우 로버트 드 니로 등과 함께 일몰 콘서트의 공동사회를 맡은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재즈야말로 자유와 인권, 인간 존엄성의 표현”이라고 찬양했다. 흑인 노예에 뿌리를 둔 음악으로서 “모든 형태의 억압에 대항하는 열정의 목소리이자 역사를 통해 긍정적인 사회변혁을 이끌어낸 추동력”이라는 것.

일개 음악 장르를 두고 다소 과한 칭찬이 아닌가 싶지만 재즈의 음악적 특성이 즉흥성(improvisation)에 바탕을 둔 활력과 자유스러움, 창조적 정신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앞서 유네스코는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4월30일을 국제 재즈의 날로 정하면서 ‘국적과 문화 차이를 넘어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통합, 대화와 협력을 증진해주는 원동력이자 교육의 도구로서 재즈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즈가 한때 ‘소란스런 서양음악의 대표격’ 혹은 ‘어려운 음악’으로 여겨져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마니아들이 생겨날 만큼 대접받고 있다. 유네스코의 소망처럼 재즈가 인류를 압제의 질곡에서 해방시키고 화합에 기여하는 미디어가 되면 참 좋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