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롬니 대변인 전격 사퇴
입력 2012-05-03 19:37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대선 캠프 국가안보 담당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리처드 그레넬(45)이 채 3주도 안 돼 낙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그가 동성애자 시비와 관련해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롬니 캠프가 그를 영입할 때만 해도 상당한 역할이 기대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주재 미 대표부 대변인 등으로 근무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유머가 풍부한 그가 당시 보필한 대사만 해도 4명이나 됐다.
그레넬은 지난달 중순 롬니의 선임보좌관인 에릭 페른스톰과 공보담당 책임자인 게일 깃초와 만나 자신은 동성애자로 논란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했으나 이들은 그의 내정을 밀어붙였다. 그레넬은 곧바로 롬니 진영에 합류했고 동료들과도 잘 지냈다. 동료들은 그를 ‘릭’이라고 부를 정도로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가족협회(AFA) 등 반(反)동성애 보수 단체들이 동성애 결혼에 대한 그레넬의 지지 발언 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롬니 지지를 표명했던 보수단체 일각에서조차 “전통 결혼 수호에 대한 모르몬교리도 따르지 않는 모르몬교인이라면, 어떻게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신임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며 롬니를 궁지로 몰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레넬이 트위터에 올렸던 독설이 구설에 올랐다. 독설은 대부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캠프 내에서도 점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롬니의 정책담당 선임보좌관인 알렉스 옹이 지난달 26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있는 그레넬에게 전화를 걸어 “당분간 조용히 있는 게 좋겠다. 오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